Rdworks Lab 135 깊이 없는 마킹을 위한 5가지 역발상
레이저 각인의 상식을 뒤엎다: 깊이 없는 마킹을 위한 5가지 역발상
소개: 흔한 좌절과 뜻밖의 해법
레이저로 나무를 각인할 때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너무 얕게 새겨져 색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깊게 파여 주변이 지저분하게 타버리는 문제입니다. 특히 깊이 없이 선명하고 진한 검은색 마킹을 원할 때, 표면에 남은 그을음 층을 손으로 문지르면 쉽게 번지고, 그을음을 긁어내면 원치 않던 깨끗한 아랫면이 드러나는 상황은 많은 이들이 겪는 좌절입니다. 우리는 깊이 없는 색상만을 원하는데 말이죠.
만약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올바른' 레이저 사용법과는 정반대의 접근법에 있다면 어떨까요? 이 글에서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몇 가지 놀라운 실험과 그 결과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깊이 없는 마킹의 비밀은 바로 레이저를 의도적으로 '잘못' 사용하는 데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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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이저 빔은 뜨겁지 않다: 모든 것은 '진동'에서 시작된다
가장 먼저 깨뜨려야 할 상식은 '레이저 빔 자체가 뜨겁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빔 자체에는 온도가 없습니다.
레이저에서 나오는 빛은 파동이 완벽하게 동기화된 '결맞는 빛(coherent light)'입니다. 이 고도로 정렬된 에너지가 재료 표면에 닿으면, 표면의 원자들을 자극하여 격렬하게 진동시킵니다. 원자의 에너지 수준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이 진동이 바로 우리가 '온도'로 인식하는 현상입니다. 즉, 레이저는 직접 열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 스스로 열을 발생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the beam itself is not hot it is encouraging the atoms on the surface of the material to get excited and heat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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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고의 초점은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의도적으로 초점을 흐려라
선명한 각인을 위해서는 렌즈의 초점을 칼같이 맞춰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하지만 깊이 없는 진한 마킹을 원한다면, 그 상식은 최악의 결과를 낳습니다. 해답은 의도적으로 초점을 '망가뜨리는' 데 있습니다.
이번 실험의 첫 번째 전략은 의도적으로 빔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핵심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 메니스커스 렌즈 뒤집기: 더 무딘(blunt) 형태의 빔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메니스커스 렌즈를 거꾸로 장착했습니다. 이는 빔의 날카로운 에너지를 완화하는 첫 단계였습니다.
- 초점 거리 이탈: 빔의 에너지를 더 넓은 영역에 분산시키기 위해, 재료와 노즐 사이의 거리를 이상적인 초점 거리에서 수십 밀리미터(수 cm)나 벗어나게 설정했습니다. 빔이 재료에 도달하기 전에 충분히 퍼지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초점을 흐리면 빔 중앙에 집중된 파괴적인 고에너지 밀도가 낮아집니다. 그 결과, 레이저는 재료를 깊이 파고드는 대신 표면만 부드럽게 태워 원하는 색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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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힘(Power)이 아니라 '에너지 밀도'를 제어하라
단순히 레이저 출력(%)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핵심은 퍼센트 수치가 아닌, 단위 면적당 에너지의 양, 즉 '에너지 밀도(energy density)'를 제어하는 것입니다.
빔의 에너지 프로파일을 시각적으로 상상해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 나쁜 예: 초점이 잘 맞은 빔의 에너지 프로파일은 중앙이 뾰족한 산처럼 생겼습니다. 이 뾰족한 정점이 재료를 송곳처럼 뚫고 들어가 깊은 자국을 남깁니다.
- 좋은 예: 우리가 목표하는 것은 정상이 평평하고 완만한 언덕과 같은 형태의 빔입니다. 에너지가 특정 지점에 집중되지 않고 넓은 영역에 균일하게 분포되어, 표면 전체에 일관된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렌즈를 뒤집고, 초점 거리를 극단적으로 늘리고, 더 긴 초점 거리의 렌즈(예: 2.5인치 렌즈)를 사용하는 이 모든 시도는, 재료를 뚫고 들어가는 '뾰족한 산' 형태의 에너지 프로파일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려, 표면을 부드럽게 태우는 '평평한 언덕' 형태로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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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공의 신호는 백색 섬광이 아닌 '붉은 불씨'
그렇다면 어떻게 이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매우 직관적이고 시각적인 단서가 있습니다. 바로 레이저가 재료에 닿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빛의 색깔입니다.
일반적으로 강력한 레이저 빔은 재료를 2000°C 이상으로 가열하여 기화(또는 승화)시키면서 밝은 '백색 섬광(stupid white-hot)'을 일으킵니다. 이는 에너지가 과도하여 재료를 파괴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재료 표면이 부드럽게 타면서 보이는 '작은 붉은 점(little red dot)' 또는 '붉은 불씨(red burn)'입니다. 이 붉은빛은 에너지가 재료를 파괴하지 않고 표면을 태우기에 적절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명확한 성공 신호입니다.
"if you watch you'll see there's a little red dot so there is actually red hot at the beam as opposed to some stupid white-hot 2,000 degrees C temperature building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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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느리고 약하게, 그리고 겹쳐라: 최적의 레시피
앞서 설명한 모든 원리를 바탕으로 도출된 최종 성공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매우 낮은 출력: 레이저 튜브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최저 수준의 출력(실험에서는 10%)을 사용합니다.
- 느린 속도: 재료에 충분한 에너지가 전달될 수 있도록 느린 속도(실험에서는 25mm/s)로 스캔합니다.
- 의도적인 초점 흐리기: 렌즈와 재료의 거리를 이상적인 초점 거리보다 수십 밀리미터 이상 멀게 설정하여 빔을 완전히 흐립니다.
- 스캔 라인 겹치기: 스캔 라인 간격(pitch)을 빔 직경보다 좁게(예: 0.5mm) 설정하여, 넓게 퍼진 빔 자국들이 서로 겹치게 만듭니다. 이를 통해 선이 보이지 않는 균일하고 진한 색상을 구현합니다.
이 방법을 통해 깊이 파이지 않으면서도, 문지르면 지워지는 그을음 없이 재료 자체에 고정된 진하고 선명한 검은색 마킹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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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규칙을 깨고 원리를 탐구하라
이 모든 실험의 핵심은 단순히 특정 설정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레이저 각인의 근본 원리인 '에너지 밀도'를 이해하고, 이를 제어하기 위해 기존의 규칙을 과감히 깨뜨리는 시도였습니다. 최고의 초점, 높은 출력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이 실험은 명확히 보여줍니다.
때로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규칙을 의심하고 그 원리를 탐구할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작업실에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깨뜨려야 할 '당연한 규칙'은 무엇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