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works Lab 194 레이저 커팅의 '초점'
레이저 커팅의 '초점'에 대해 당신이 몰랐던 3가지 놀라운 사실
서론: 완벽한 초점을 찾기 위한 끝없는 노력
만약 당신이 레이저 커터의 '완벽한 초점'을 찾기 위해 들인 모든 노력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를 좇는 것이었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흔히 렌즈 이론을 통해 빛을 한 점에 완벽하게 모으는 것이 최선이라고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선명한 사진을 찍는 것과 레이저로 단단한 재료를 '커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금부터 몇 가지 놀라운 실험 결과를 통해, 우리가 '초점'에 대해 가졌던 상식이 실제 커팅 환경에서는 어떻게 뒤집히는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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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벽한 단일 초점'이라는 개념은 신화에 가깝다
'초점'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돋보기처럼 모든 빛이 한데 모이는 완벽한 단일 지점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레이저 커팅의 세계에서는 이 개념이 통하지 않습니다. 레이저 커터에 주로 사용되는 '평면 볼록 렌즈(plano-convex lens)'의 구조적 특성 때문입니다.
이 렌즈는 '구면 수차(spherical aberration)'라는 고유한 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렌즈의 바깥쪽을 통과하는 빛과 중심축에 가깝게 통과하는 빛이 서로 다른 지점에 초점을 맺는다는 의미입니다. 결과적으로 레이저 빔은 완벽한 하나의 점이 아닌, 여러 개의 초점이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형태로 모이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기계에서 설정하는 초점 값은 절대적인 지점이 아니라 수많은 초점 중 하나의 임의적인 기준점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완벽하지 않음'이, 우리가 이어지는 실험에서 목격할 놀라운 현상들의 핵심 열쇠가 됩니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a focal point. The focal point is a an arbitrary thing that you can set with parallel rays of light on a screen that stands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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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속도를 높이면 '초점 밖'에서도 날카로운 선이 생긴다
가장 놀라운 발견은 이것입니다. 노즐로부터 16mm 아래, 즉 명백히 초점이 맞지 않는 먼 거리에서 레이저를 조사하면 당연히 두껍고 흐릿한 선이 생깁니다. 하지만 여기서 단 하나, 가공 '속도'만 높이면 마법처럼 가늘고 선명한 선이 나타나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해답은 두 가지 핵심 개념에 있습니다.
- 가우시안 빔(Gaussian Beam): 레이저 빔의 에너지는 균일하지 않습니다. 빔 중앙 약 1/3 직경 내에 전체 에너지의 70%가량이 집중되어 있는 '가우시안 분포'를 따릅니다. 즉, 빔의 중심에는 매우 강력한 에너지 스파이크가 존재합니다. 바로 이 강력한 중앙부 에너지가 렌즈의 중심축을 통과하며, 구면 수차의 영향을 덜 받는 긴 초점의 '로그 빔(rogue beam)'을 만들어냅니다.
- 속도 필터(Speed as a Filter): 속도는 일종의 '에너지 필터' 역할을 합니다. 가공 속도가 느릴 때는 빔 주변부의 약한 에너지까지 재료를 태울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 두꺼운 선이 남습니다. 하지만 속도를 빠르게 높이면, 오직 빔 중앙의 가장 강력한 에너지 스파이크만이 재료에 흔적을 남길 짧은 시간을 갖게 됩니다. 주변부의 약한 에너지는 재료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촛불 위로 손을 천천히 움직일 때와 빠르게 스쳐 지나갈 때의 차이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속도가 빠를수록 불필요한 에너지는 '걸러지고' 가장 핵심적인 에너지의 흔적만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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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더 나쁜' 빔이 '더 좋은' 커팅을 만든다
대부분의 레이저 가이드에서는 빔을 확장시켜 가능한 한 균일한 에너지 분포를 만드는 것이 '정석'이라고 가르칩니다. 인그레이빙(각인)에서는 그것이 진리입니다. 하지만 재료를 '뚫고 나가는' 커팅의 세계에서는, 그 정석을 따르는 것이 오히려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실험 결과는 이 주장을 명확히 뒷받침합니다.
- 증거 1: 빔 직경을 의도적으로 좁히는 복합 렌즈를 사용했을 때, 동일한 렌즈로 이전보다 커팅 속도가 30%나 향상되었습니다.
- 증거 2: 빔을 3배 확장했을 때보다 2배 확장했을 때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재료를 절단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커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를 넓고 균일하게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빔 중앙의 강력한 에너지 집중점, 즉 발표자가 '로그 스팟(Rogue Spot, 제멋대로인 지점)'이라 부르는 지점에 최대한 집중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는 커팅과 인그레이빙이 완전히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to engrave you need conditions and parameters that are almost diametrically opposite to those required for cut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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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우리가 아는 상식을 다시 질문해야 할 때
레이저 커팅에서 가장 기본이라 여겨졌던 '초점'이라는 개념조차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미묘하고 복잡한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실험은 완벽한 단일 초점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속도를 통해 에너지 분포를 제어할 수 있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불완전해 보이는 빔이 더 나은 커팅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기술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상식에 의문을 제기할 때 진정한 최적화를 향한 문이 열리곤 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또 다른 기술적 '진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