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이야기 09 AI 시대 교육법: '변화'가 아닌 '불변'에 집중하라
물리학자가 말하는 AI 시대 교육법: '변화'가 아닌 '불변'에 집중하라
Introduction
인공지능이 수능 만점을 받고, 그림을 그리고, 코딩까지 해내는 시대. 부모와 교육자들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커져만 갑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모두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전문가가 아닌,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놀랍도록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는 우리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교육 전략을 짜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말합니다. 그 대신, 가장 현명한 접근법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글에서는 기술 혁신의 역사와 물리학의 기본 원리를 통해 AI 시대 교육의 본질을 꿰뚫는 그의 통찰을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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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래 예측을 멈춰라: 기술 혁신의 역사가 알려주는 교훈 (Stop Predicting the Future: The Lesson from the History of Technological Innovation)
김상욱 교수는 인류가 새로운 기술의 미래 영향을 예측하는 데 끔찍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 자체가 얼마나 헛된 일인지를 역사가 증명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사례들은 이 주장을 명확히 뒷받침합니다.
- 1900년대의 미래 상상도: 1900년대 사람들이 상상한 '2000년의 세상' 그림에는 고래가 끄는 잠수함이 등장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상상력의 실패가 아닙니다. 당시 내연기관은 고장이 잦았고, 도로, 신호등, 교통법규, 보험 등 인프라가 전무했습니다. 그런 시대에 물속에서 고장 날 것이 뻔한 기계 동력원보다 생물 동력원이 더 합리적인 예측이었던 셈입니다. 이는 당대의 지식으로 미래를 그리는 것이 얼마나 논리적 오류에 빠지기 쉬운지 보여줍니다.
- 플라스틱(폴리에틸렌)의 발명: 플라스틱은 원래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선의 절연체로 쓰기 위해 개발된 군수물자였습니다. 개발자들은 이 물질이 민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 것이라 예상했지만, 사회 구조를 바꾸고 결국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괴물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 스마트폰의 그림자: 불과 십수 년 전 등장한 스마트폰조차 우리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너선 하이트의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SNS가 보급된 2010년 이후 서구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충격적인 후속 이야기를 전합니다. 하이트 교수가 ‘왜 한국은 통계적 급증이 보이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내용입니다. 아내가 한국인인 그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한국 학생들의 정신 건강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이미 **전 세계 최악의 상태(최악의 상태)**였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부정적 영향이 통계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이 일화는 우리가 섣부른 기술 도입을 논하기 전에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함을 경고합니다.
이처럼 과거의 기술 혁신이 그랬듯, 현재 우리가 AI에 대해 내놓는 예측들도 대부분 빗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불확실한 예측 위에 교육의 모든 것을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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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라: 물리학자의 접근법 (Focus on What Doesn't Change: The Physicist's Approach)
그렇다면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김 교수는 물리학자의 사고방식에서 해답을 찾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이중 진자(double pendulum)처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카오스 시스템을 마주했을 때,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예측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혼돈 속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 '보존량', 즉 에너지 보존 법칙과 같은 불변의 원리를 찾아냅니다. 변화가 극심할수록 변하지 않는 것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통용됩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사업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5년 후나 10년 후에 무엇이 변할 것인지 묻지만,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지는 묻지 않습니다. 저는 두 번째 질문이 사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원리를 교육에 적용하면, 우리는 AI 시대에도 변함없이 가치 있을 지식과 역량이 무엇인지 물어야 합니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바로 그 '변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말합니다.
- 역사와 철학 (History and Philosophy): 인간의 본성은 5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사람들이 화내고 싸우고 사랑하고 복수하고 미워하는 것은 지금이나 셰익스피어의 시대나 소크라테스의 시대나 똑같습니다.” 역사는 이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교과서입니다.
- 예술 (Arts): 삶을 즐기고 풍요롭게 만드는 수단으로서의 예술은 기술의 발전과 무관하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 (Reading, Writing, Listening, Speaking): 이 네 가지는 모든 지식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이 능력이 있어야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제대로 활용하고 AI에게 정확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즉, AI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AI를 지배하는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 기초 과학: 수학, 물리, 화학, 생물 (Basic Sciences: Math, Physics, Chemistry, Biology): 이 학문들은 변하지 않는 자연의 원리를 다룹니다. 김 교수는 지난 네 차례의 산업 혁명—증기기관(열역학), 전기(전자기학), 컴퓨터(트랜지스터), 그리고 현재의 AI(통계물리)—이 모두 물리학에서 비롯되었다는 강력한 사실을 제시합니다. 바로 이 변치 않는 기초가 모든 혁신의 동력이었습니다.
전설적인 반도체 설계자 짐 켈러 역시 이러한 기본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역설합니다.
"예술과 기초 과학을 가르쳐야 합니다. 지금 고등학교에서는 프로그래밍을, 대학에서는 캐드를 가르치는데 이건 미친 짓입니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예술을 하고,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역사를 배워야 합니다. 기본이 항상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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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교육의 목표를 다시 묻다: '독립'과 '공동체' (Questioning the Goal of Education Again: 'Independence' and 'Community')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기술의 등장은 우리에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우리는 왜 학교를 만들었는가?", "왜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었는가?",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김상욱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동물의 세계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통찰에서 찾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아이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독립(independence)**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경제적 자립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정신적 독립까지 포함합니다. 여기에 아인슈타인은 한 가지 중요한 가치를 덧붙입니다. 바로 **공동체(community)**에 기여하는 것을 인생의 가장 고귀한 업적으로 여기는(인생에서 가장 고기한 업적으로 여기는) 개인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이는 공동체를 위해 직접 봉사하지 못하더라도, 타인의 기여를 보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아보고 존중할 줄 아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AI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이 질문은 AI를 정답을 찾아주는 만능 해결사로 만들어 아이를 의존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AI를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도록 방향을 설정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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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lusion
AI 시대를 대비하는 최고의 방법은 최신 기술이나 유행하는 코딩 교육을 맹목적으로 쫓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인류의 지혜와 지식을 깊이 있게 가르치고, 교육의 근본 목표를 재확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상욱 교수는 철학적 고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는 불안한 사회를 향해 매우 현실적인 경고와 제언을 던집니다. 섣불리 하나의 정답을 정하고 AI 교육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이 기술에 대해 우리는 아직 데이터가 없습니다.
따라서 그는 지금 이 시기를 **'데이터 수집 단계'**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실험하고, 그 결과를 면밀히 관찰하고, 무엇이 효과가 있고 무엇이 부작용을 낳는지 데이터를 축적해야 합니다. 성급한 결정으로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신중한 실험을 통해 현명한 방향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가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인간이 아닌, '독립'하여 '공동체'에 기여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현명한 실험을 시작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