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프로그램/RDWorks LAB

Rdworks Lab 66 스텝 모터의 '발자국': 3D 각인 수직 줄무늬 미스터리 추적기

2D Make 2025. 12. 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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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모터의 '발자국': 3D 각인 수직 줄무늬 미스터리 추적기

서론: 완벽한 작품을 망치는 미세한 결함

정교한 3D 레이저 각인 작업을 마친 후, 작품 표면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수직 줄무늬는 모든 제작자의 악몽입니다. 마치 캔버스 천처럼 보이는 이 "캔버스 효과"는 많은 전문가가 겪는 흔한 문제지만, 그 원인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이 문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끈질긴 추적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레이저 시스템의 복잡한 오류를 의심했지만, 조사가 깊어질수록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범인의 결정적인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그 탐정의 여정을 담은 기록입니다.

첫 번째 단서: 속도를 바꿔도 패턴은 그대로였다

우리의 첫 번째 용의선상은 레이저의 펄스 속도였습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우리는 결정적인 실험 하나를 설계했습니다. 동일한 디자인을 아크릴 위에 세 가지 매우 다른 속도(50mm/s, 220mm/s, 그리고 20mm/s)로 각인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두 번째 테스트 속도를 220mm/s로 설정한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만약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고조파나 패턴 중첩 현상을 피하기 위해, 초기 속도인 50mm/s의 단순 배수가 아닌 값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세 번의 테스트에서 나타난 수직 줄무늬가 소름 돋을 정도로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만약 레이저 펄스가 문제였다면, 속도가 빨라질수록 패턴은 길게 늘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속도와 무관하게 패턴이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레이저 시스템이 아닌, 기계의 물리적인 움직임에 뿌리를 둔 고정된 결함이라는 강력한 증거였습니다. 우리는 첫 번째 용의자를 목록에서 지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단서: 아크릴에 새겨진 '모래 위의 발자국'

우리는 각인된 아크릴 조각을 기계의 모든 움직임이 기록된 범죄 현장의 '모래 위의 발자국'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크릴은 레이저의 출력, 속도, 헤드의 미세한 떨림까지 영구적으로, 그리고 놀라울 만큼 충실하게 기록하는 매체입니다. 이 기록을 해독할 수만 있다면, 기계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론할 수 있을 터였습니다.

우리는 이 조각들로부터 몇 가지 간단한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모래 위의 발자국과 같습니다. 누군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달리고 있었는지 아닌지, 대략적인 몸무게는 얼마인지 알 수 있지만, 머리 색깔이나 코가 얼마나 큰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정보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비유처럼, 아크릴에 새겨진 패턴이 모든 비밀을 알려주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이 안에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결정적 단서가 숨어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결정적 증거: 측정값이 모든 것을 말했다

마침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아하!"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우리의 스텝 모터 드라이브는 10배의 마이크로 스텝 모드로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론적으로, 이 시스템은 지름 48mm의 풀리를 한 바퀴에 2,000 스텝으로 회전시키며, 불과 0.024mm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미세한 단위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그 정도의 정밀도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단계는 아크릴에 새겨진 줄무늬를 직접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측정 과정은 인내심을 시험하는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수없이 개수를 잘못 세고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확대한 샘플 위에서 씨름한 끝에, 우리는 마침내 놀라운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줄무늬 사이의 간격은 평균 0.244mm였습니다.

이 숫자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가 예상했던 0.024mm보다 무려 10배나 더 큰 값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0.244mm라는 측정값이 모터의 기본 단위인 '풀 스텝(Full Step)'의 이동 거리(48mm / 200스텝 = 0.24mm)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기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섬세한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거친 망치로 끌을 내리치고 있었던 겁니다.

범인의 정체: 스텝 모터는 '기어를 변속'하고 있었다

모든 증거는 단 한 명의 범인, 바로 스텝 모터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스텝 모터는 부드럽게 가속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자동차가 1단에서 부드럽게 출발하는 대신, 갑자기 4단 기어로 변속하며 앞으로 튀어 나가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 '쿵'하는 충격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모터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강력하고 거친 '풀 스텝'을 사용했고, 이 원초적인 기계적 충격이 아크릴 표면에 그대로 새겨져 수직 줄무늬를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터는 오직 목표 지점에 정확히 멈춰야 할 때만 정밀한 '1단 기어'인 마이크로 스텝 모드로 전환했지만, 그때는 이미 작품 표면에 흉터가 새겨진 뒤였습니다.

마지막 확인: 무게를 더하자 문제가 더 선명해졌다

우리의 가설을 최종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우리는 상식에 반하는 마지막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레이저 헤드 위에 약 1kg의 쇳덩이를 올려놓은 것입니다. 보통은 무게를 더하면 진동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하지만, 우리는 정반대의 결과를 기대했습니다.

결과는 우리의 가설을 완벽하게 증명했습니다. 늘어난 무게 때문에 스텝 모터는 헤드를 움직이기 위해 더 힘겹게 분투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모터의 거친 스텝 패턴은 억제되기는커녕 훨씬 더 과장되어 표면에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로써 스텝 모터의 원초적인 기계적 움직임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사실에 더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결론: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

이 조사는 복잡한 레이저 시스템의 오류에서 시작하여, 스텝 모터라는 기계 장치의 가장 근본적인 작동 방식에서 해답을 찾아낸 여정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우리에게 가장 복잡해 보이는 문제의 해답이 종종 가장 기본적인 원리에 숨어있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당신이 지금 마주한 풀리지 않는 기술적 난제 속에, 어쩌면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기계의 발자국'이 숨어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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