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최첨단 레이저를 테스트하며 발견한 5가지 놀라운 사실
파이버 레이저처럼 강력하고 정밀한 도구를 다룰 때, 우리는 보통 예측 가능한 결과를 기대합니다. 원하는 값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실제 탐구의 여정은 종종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발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모든 실험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무언가를 태우거나 자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에 다채로운 색상을 구현하는 것'이라는 훨씬 더 흥미롭고 섬세한 과제였죠.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저는 몇 가지 직관에 반하는 현상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그 과정에서 발견한 가장 놀랍고 예상치 못했던 5가지 사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발견: 종이는 무시하고 잉크만 증발시키는 레이저
실험을 시작하자마자 저는 첫 번째 미스터리와 마주했습니다. 레이저가 종이를 다루는 방식은 제 상식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1마이크론 파장의 파이버 레이저 빛을 인쇄된 종이에 쏘았을 때, 빛은 종이에 인쇄된 잉크는 완벽하게 증발시켰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로 그 아래에 있는 종이 자체에는 그을음 하나 남기지 않고 아무런 손상도 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상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였습니다. "레이저는 종이를 태운다"는 것이 우리의 보편적인 생각이니까요. 실제로 과거에 제가 사용했던 10.6마이크론 파장의 다른 CO2 레이저는 종이에 순식간에 불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파이버 레이저는 마치 종이는 투명한 것처럼 무시하고 오직 잉크에만 반응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1마이크론 파장의 빛은 물에 잘 흡수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수성 잉크였을) 잉크만 정확히 증발시킨 것은 이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우리가 아직 모르는 미묘한 원리가 숨어있음을 보여줍니다.
"음, 이거 아주 흥미롭군요. 종이 앞면은...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종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그을리거나, 태우거나, 뚫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죠."
두 번째 발견: '꺼져 있는' 시간의 엄청난 힘
레이저가 계속해서 빛을 쏘는 '연속적인 빔'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MOPA 파이버 레이저는 실제로는 아주 짧은 '펄스(pulse)' 형태로 빛을 방출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빛이 켜져 있는 시간(가열)과 꺼져 있는 시간(냉각) 사이의 '비율'입니다. 이 비율이 재료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두 가지 극단적인 주파수 설정을 비교하면 그 차이를 극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 5kHz (저주파): 0.1mm 길이의 선 하나를 그을 때 단 2개의 펄스만 사용됩니다. 이때 가열 시간 대 냉각 시간의 비율은 무려 1 대 99,999에 달합니다. 거의 모든 시간이 재료를 식히는 데 사용되는 셈입니다.
- 1000kHz (고주파): 같은 0.1mm 길이의 선에 400개의 펄스가 촘촘하게 겹쳐서 사용됩니다. 이때 가열 대 냉각 시간 비율은 1 대 500으로 극적으로 변합니다.
이 비율의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펄스 중첩' 효과 때문입니다. 1000kHz의 고주파에서는 0.1mm라는 짧은 선 위에 400개의 펄스가 서로 겹치며 거의 같은 지점을 반복해서 때립니다. 이로 인해 열이 빠져나갈 틈 없이 축적되어 강력한 효과를 냅니다. 반면 5kHz에서는 단 두 개의 펄스가 서로 멀리 떨어진 채 발사되므로, 열이 축적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출력을 높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열을 제어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세 번째 발견: 특정 주파수에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기계
테스트는 대부분 예상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른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주파수만 변경했을 때, 레이저는 제가 프로그래밍한 대로 작은 점선을 예쁘게 그려냈습니다. 하지만 딱 한 구간에서 기계는 제 명령을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유독 300kHz와 400kHz라는 특정 주파수 구간에서만 레이저가 점선을 그리지 않고, 마치 연속으로 켜진 것처럼 길고 강한 실선을 태워버린 것입니다. 프로그램 코드를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지만 오류는 없었습니다. 이는 기계의 제어 소프트웨어와 레이저 발사 시스템 간에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버그' 또는 예측 불가능한 '특성'이 존재함을 시사했습니다.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300, 200... 그리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CW(연속파)에서는 기대했던 대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300과 400킬로헤르츠에서는 예외였습니다."
네 번째 발견: '중국산'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품질의 차이
저는 이전에 다른 중국산 기계들(선반, 다른 레이저 기계)을 사용하면서 제대로 사용하기 전에 여러 문제를 직접 수리해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산 기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 테스트 중인 이 '로터스 레이저(Lotus Laser)' 머신은 그런 선입견을 깨뜨렸습니다. 레이저 소스나 렌즈 같은 핵심 부품은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 맞지만, 기계 전체의 설계와 마감,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차원이 다른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버그가 계속 발생하는 중국산 원본 소프트웨어(EasyCAD)와 달리, 로터스 레이저는 특정 버전을 '동결'하여 안정성을 완벽하게 확보한 '로터스 마크(Lotus Mark)'라는 자체 버전을 사용합니다. 이는 중국산 핵심 부품을 어떻게 통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최종 제품의 품질이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훌륭한 엔지니어링이란 단순히 좋은 부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을 책임지는 것임을 증명한 셈이죠.
다섯 번째 발견: 미스터리한 '핫 스타트(Hot Start)' 현상
테스트 결과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또 다른 미스터리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그리도록 명령한 각각의 짧은 점선들이 시작되는 지점에만 유독 더 강하고 진한 '점'이 찍혀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마치 레이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첫 순간에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앞서 보았듯이, 고주파에서는 0.1mm 선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백 개의 펄스가 촘촘하게 겹쳐집니다. 400개의 펄스가 겹쳐서 만들어내는 선이라면, 그중 첫 번째 펄스가 유독 강력해야 할 물리적인 이유가 없습니다. 선 전체의 에너지는 균일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론과 달랐고, 이는 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레이저의 작동 원리가 숨어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레이저가 켜질 때 왜 한 가지 출력으로 시작했다가, 본궤도에 오르면 더 강해지거나 어떤 경우에는 더 약해지는 걸까요? 저는 아직 그것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결론: 질문이 답보다 많아질 때
종이는 통과하고 잉크만 태우는 빛, 꺼져 있는 시간이 99.999%를 차지하는 에너지, 특정 주파수에서 명령을 거부하는 기계까지. 이번 레이저 테스트는 명확한 답을 찾기보다 더 많은 질문을 낳은 흥미로운 여정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은, 과학적 탐구란 언제나 깔끔한 직선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변수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더 깊은 이해로 나아가는 구불구불한 길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정밀한 도구들조차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미묘한 비밀을 품고 있다면, 우리 주변 세계에는 또 얼마나 많은 놀라운 현상들이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마도 진정한 발견의 기쁨은 완벽한 답을 찾는 순간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지게 되는 바로 그 순간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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