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프로그램/RDWorks LAB

Rdworks Lab 206 완벽한 렌즈가 최악의 커팅을 하는 이유

2D Make 2025. 12. 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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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렌즈가 최악의 커팅을 하는 이유: 한 괴짜 발명가의 실험

1.0 서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입부

예비 부품과 기계 소음으로 가득한 작은 작업실에서, 자신을 '실험가'라 칭하는 Russ는 교과서 속 물리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한 가지 의문과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우리는 렌즈가 빛을 모아 아주 작은 한 점, 즉 '초점'을 만든다고 배웁니다. 레이저 커터 역시 이 원리를 이용하죠. 그런데 렌즈의 초점 심도(초점이 선명하게 유지되는 거리)는 매우 짧은데, 어떻게 레이저 커터는 그보다 훨씬 두꺼운 26mm짜리 오크나무를 깔끔하게 절단할 수 있을까요?

이 상식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Russ는 "일부 순수주의자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아주 기상천외한 실험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알고 있던 광학 상식을 뒤엎는 놀라운 가설에 도달하게 됩니다. 완벽해 보이는 렌즈의 '결함'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기능'일 수 있다는 이 역설적인 탐구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시죠.

2.0 진짜 비밀은 '투사 초점'에 있다

Russ의 가설은 기존 광학 이론에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렌즈를 통과하는 모든 빛이 단 하나의 초점에 모이지 않는다고 제안합니다. 특히 렌즈의 가장 중심축에 가까운 광선들은 렌즈 표면의 곡률이 거의 평평하기 때문에 명목상의 초점을 그냥 지나쳐 훨씬 더 먼 지점까지 집중된 빔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초점이 작고 강렬하게 타오르는 '점'이라면, Russ가 자신의 관찰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투사 초점(projected focus)'이라는 용어는 마치 길고 날카로운 빛의 '바늘'과 같습니다. 바로 이 바늘이 렌즈의 초점 심도를 훌쩍 뛰어넘어 두꺼운 재료를 관통할 수 있게 하는 진짜 비결이라는 것이죠.

이 가설의 핵심은 렌즈의 물리적 형태, 즉 표면의 '곡률'에 있습니다. Russ는 실험을 통해 동일한 초점 거리를 가진 렌즈라도 표면의 만곡도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그의 2.5인치 갈륨 비소(Gallium Arsenide) 렌즈는 4인치 아연 셀렌화물(Zinc Selenide) 렌즈보다 훨씬 '평평한' 표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평평함' 때문에, 비록 명목상 초점 거리는 더 짧더라도, 훨씬 더 길고 강력한 '투사 초점'을 만들어내어 더 깊은 절단이 가능한 것입니다. 사실 이 현상은 렌즈의 '결함'으로 알려진 **구면 수차(spherical aberration)**의 극단적인 형태입니다. 완벽한 초점을 방해하는 이 '불완전함'이 역설적으로 깊은 절단이라는 특정 작업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렌즈 중심축 양쪽의 이 빛의 띠는 축에 매우 가깝고, 렌즈 표면은 상대적으로 매우 평평하기 때문에 실제 초점은 여기서 형성되지 않습니다. 초점은 명목상의 초점보다 훨씬 아래인 바로 여기서 형성됩니다."

3.0 가설 증명: 렌즈 중앙에 구멍을 뚫다

자신의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Russ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깊은 절단의 핵심이라고 지목한 렌즈의 중앙부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가장 좋은 렌즈를 파괴하는 대신, 그가 애정 섞어 부르는 '특별 관리가 필요한 렌즈 상자(box of special needs lenses)' 혹은 '불량배 갤러리(rogues gallery)'에서 이미 손상된 2.5인치 메니스커스 렌즈를 골랐습니다.

실험은 점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는 먼저 렌즈 중앙에 0.5mm 크기의 작은 검은 점을 찍어 빛을 가렸고, 절단 능력이 약간 저하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다음, 이 점을 0.8mm로 넓히자 절단 능력은 더욱 약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렌즈 정중앙에 1.4mm 구멍을 뚫는 과감한 조치를 감행했습니다.

결과는 그의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했습니다. 렌즈 중앙부가 점차 가려지고 파괴될수록, 이전에는 쉽게 잘라냈던 두꺼운 목재를 관통하는 능력이 점진적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결과는 깊은 절단 능력이 렌즈의 바깥쪽이 아닌, 바로 그가 지목했던 '결함 있는' 정중앙에서 나온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값비싼 장비가 가득한 연구실이 아닌, 평범한 개인 작업실에서 오직 호기심과 실행력만으로 이뤄낸 이 실험은 실천적 탐구의 가치를 보여주는 '메이커 정신'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절단 능력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명백히 렌즈의 중앙부를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여기서 그것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4.0 실패한 커팅 렌즈, 최고의 인그레이빙 렌즈로

이 실험의 여정에서 가장 역설적이고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절단 능력을 완전히 상실해 쓸모없어졌다고 생각했던 '구멍 뚫린 렌즈'를 각인(인그레이빙) 작업에 사용해 본 결과, 믿을 수 없을 만큼 정밀하고 선명한 품질을 보여주었습니다. 망가진 렌즈가 오히려 최고의 각인용 렌즈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깊은 절단을 가능하게 했던 '초점이 맞지 않는' 중앙부의 빛, 즉 구면 수차를 물리적으로 제거하자, 렌즈의 나머지 주변부만이 남아 완벽에 가까운 단일 초점을 형성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렌즈 제조사들이 완벽한 초점을 만들기 위해 값비싼 비구면 렌즈를 개발하며 추구하는 기술적 목표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Russ는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두고 "방금 네모난 바퀴를 발명했다"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쓸모없어 보이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놀라운 이점을 가진다는 의미였죠.

즉, 깊은 절단을 위한 '결함'을 제거하자, 정밀한 각인이라는 다른 목적에 최적화된 완벽한 도구가 탄생한 것입니다. Russ는 자신이 만든 이 렌즈를 구멍 뚫린 박하사탕의 이름을 따 **'폴로 렌즈(Polo lens)'**라 부르며 유쾌한 제안을 던졌습니다.

"어쩌면 렌즈 제조사들은 인그레이빙용으로 '폴로 렌즈(가운데 구멍이 뚫린 렌즈)'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5.0 결론: 완벽함에 대한 질문

Russ의 탐구적인 실험은 우리에게 세 가지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깊은 절단의 비밀은 교과서적인 '초점'이 아닌, 렌즈 중앙부의 '결함(구면 수차)'이 만들어내는 '투사 초점'에 있을 수 있다. 둘째, 이 중앙부를 막자 절단 능력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아 이 가설은 설득력이 있다. 셋째, 그 '결함'이 제거된 렌즈는 역설적으로 완벽한 각인 도구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과학 이론에 빈틈이 있을 수 있으며, 때로는 도구의 '불완전함'이 실제로는 특정 목적을 위한 숨겨진 핵심 기능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완벽함이란 목적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마지막 질문을 던져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다른 '완벽한' 도구들 중에서도, 혹시 그 숨겨진 '결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잠재력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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