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프로그램/RDWorks LAB

Rdworks Lab 100 스테인리스 스틸을 각인

2D Make 2025. 12. 2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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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발견: 60W CO2 레이저가 스테인리스 스틸을 각인하는 예상치 못한 방법

서론: 불가능에 대한 도전

저출력 CO2 레이저를 다루는 우리 같은 애호가들 사이에는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상식이 있습니다. 바로 금속, 특히 반사율이 극도로 높은 스테인리스 스틸은 각인하거나 절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레이저 빔이 거울처럼 튕겨 나가 버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때로는 경험과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제가 플로리다의 한 작업실에서 Bodor사의 레이저 커터를 사용하던 중 겪었던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아크릴을 절단하고 난 뒤,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작업 베드 위에 지워지지 않는 영구적인 검은 자국이 남은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오염이라 생각했지만, 그 이면에는 저출력 레이저의 한계를 뛰어넘는 흥미로운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최근 저는 그 현상을 제 작업실에서 재현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플로리다의 장비는 80W급 튜브에 2인치 렌즈를 사용해 작업면에 약 70W의 출력을 냈습니다. 제 현재 장비는 70W 튜브로 작업면에서는 약 55-60W로 출력이 약간 낮지만, 결정적인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1.5인치 렌즈를 사용한다는 점인데, 이는 훨씬 높은 에너지 밀도를 만들어냅니다. 바로 이 차이점 때문에 저는 그 신비한 현상을 재현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사고처럼 보였던 현상을 파헤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비밀을 밝혀내는 저의 발견 여정입니다.

1. 모든 것은 끈적한 잔여물에서 시작되었다

첫 발견은 의도된 실험이 아니었습니다. 순전히 우연의 산물이었죠. 복잡한 패턴을 실패 없이 절단하기 위해 평소보다 출력을 높여 천천히 아크릴을 자르고 있었는데, 레이저 열에 녹은 아크릴에서 발생한 끈적한 메틸 아크릴레이트(methyl acrylate) 응축물이 아크릴 조각 바로 아래, 스테인리스 스틸 베드 표면 위에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자리에는 레이저 절단선과 정확히 일치하는 검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그것을 처음 봤을 때 제 즉각적인 반응은 "맙소사, 내가 이 멋진 테이블에 무슨 짓을 한 거지?"였습니다. 당연히 아세톤 같은 강력한 용제로 닦으면 깨끗이 지워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주어 문질러도 자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저는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첫 번째 가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아크릴 응축물이 어떤 마법 같은 화학적 에칭제 역할을 해서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을 부식시킨 것이 아닐까?'

2. 이것은 얼룩이 아니었다: 표면을 파고든 각인

생성된 검은 자국은 단순한 표면 오염이 아니었습니다. 강력한 용제인 아세톤으로도 지워지지 않자, 저는 기계적인 연마(mechanical abrasion)까지 시도해 보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 자국은 표면에 묻은 것이 아니라, 표면 자체를 파고든 영구적인 각인이었습니다.

이 발견은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당시 저는 이 현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50~60와트 출력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을 파고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데 말이야." 이는 저출력 레이저가 스테인리스 스틸의 표면 구조 자체를 물리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저는 이 수수께끼를 반드시 풀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3. 진짜 범인은 예상 밖에 있었다

'응축물에 의한 화학적 에칭'이라는 초기 가설은 꽤 그럴듯했지만, 만약 그게 진실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저는 렌즈 손상이라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대담한 실험을 감행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아크릴 없이, 레이저 빔을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에 직접 쏘는 것이었죠. 반사된 빔이 렌즈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한 시도였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제가 직접 그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레이저가 스테인리스 스틸을 직접 각인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 결과를 본 순간, 저는 "약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라고 중얼거릴 정도로 놀랐습니다. 표면을 만져보니 명백히 파고든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이 실험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아크릴 응축물은 범인이 아니었습니다. 레이저 빔 자체가 직접 스테인리스 스틸을 각인한 것입니다. 이로써 제 초기 가설은 완전히 폐기되었고, 현상의 원인은 레이저와 금속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에 있다는 새로운 탐구의 문이 열렸습니다.

4.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원리: 녹는점이 모든 것을 바꾼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저출력 레이저가 그토록 반사율이 높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각인할 수 있었을까요? 제 과거 고출력 레이저로 금속을 절단하던 경험을 돌이켜보니 한 가지 이론이 떠올랐습니다. 핵심은 바로 금속의 '상태 변화'에 있었습니다.

금속은 고체 상태일 때 고유의 결정 구조 때문에 레이저 에너지를 반사합니다. 하지만 만약 레이저의 강력한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표면을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들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재료의 결정 구조가 완전히 바뀌면서, 그때부터는 에너지를 반사하는 대신 흡수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일단 흡수가 시작되면, 레이저는 계속해서 금속을 녹이며 표면을 파고들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본 검은 선은 바로 이렇게 녹은 금속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여 형성된 산화물이었습니다.

5. 거울처럼 빛나는 표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이론을 최종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저는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실험에 도전했습니다. 반사율이 극에 달하는 '경면(mirror-polished)' 스테인리스 스틸에 동일한 실험을 진행한 것입니다. 렌즈가 파손될 위험이 가장 큰 도전이었기에, 제 담력이 충분한지 잠시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렌즈는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일 뿐이었죠.

놀랍게도 이 위험한 시도는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깨끗하고 선명한 각인 라인이 만들어졌고, 그 주변에는 열에 의한 뚜렷한 노란색 산화 띠가 형성되었습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이 자국은 표면에 명백하게 새겨진 '용접 자국'처럼 보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처음에는 현미경의 광학적 왜곡 때문에 수직선이 수평선보다 더 넓어 보였지만, 시편을 90도 회전시켜 관찰한 결과 두 선의 너비가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며 장비의 특성까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용융을 통한 에너지 흡수'라는 제 이론이 정확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였습니다.

결론: 경험의 도구 상자에 추가된 새로운 지식

하나의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해, 잘못된 가설을 세우고, 위험한 실험을 통해 마침내 새로운 원리를 이해하게 된 이 여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사실 제가 오늘 실험 내내 약간의 불안감을 보였던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에 3kW급 고출력 레이저로 알루미늄이나 황동 같은 반사율 높은 재료를 다루다가 비싼 렌즈를 여러 번 손상시켰던 값비싼 경험 때문입니다. 그런 기억은 평생 남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 실험은 제게 귀중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3kW 레이저에서 반사된 에너지는 렌즈에 치명적이지만, 60W 수준의 반사 에너지는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 작은 발견의 여정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본 이 지식이 여러분 자신의 "경험의 도구 상자(toolbox of experience)"에 추가되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믿는 것들 속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또 다른 가능성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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